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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의 금융시장분석 - 2022년 4분기 금리급등이 야기한 채권시장 패닉과 보험사의 대응 1편(머니무브, 레포펀드 환매, 레고랜드 사태와 보험사 유동성 위험)

  • seoultribune
  • 2024년 11월 3일
  • 4분 분량



오늘은 보험사 자산운용 역사에 매우 이례적이었던 22년 유동성 압박과 RP차입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2020~2021년말 까지 한국 국채 금리는 경기둔화와 2년간 이어진 펜데믹 여파로 1%대까지 하락했었다. 팬데믹으로 인한 통제가 점차 완화되자 그간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펜트업)하며 경기가 반등했다. 한국은행은 21년 8월 역사적 최저점(0.5%)에 머물던 기준금리를 25bp 올리며 정책금리 인상 사이클로 전환을 선언했다. 22년 3월 미국도 최저점이었던 기준금리(0.00~0.25%)를 인상하면서 물가와의 전쟁을 시작했다.(훗날 비평가들은 당시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라는 연준의 판단 미스로 인해 인상 시기를 놓쳐 급격한 물가상승을 유발했다고 비판했다)

한국 시장금리는 21년 하반기부터 상승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금리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2년(1년에 걸쳐 기준금리가 250bp 인상됐다)에는 연초 2.05%(3년 국채금리), 2.45%(10년 국채금리)였던 금리가 22년 10월, 250bp 가까이 치솟으며 4.50%를 상회했다.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시장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터진 레고랜드 사태(강원도가 지급보증하는 부동산 PF ABCP에 신용사건이 발생했지만 강원도는 보증 불이행을 선언)는 채권시장을 패닉으로 몰아갔다.

당시 금리급등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 국채금리 상승 > 크레딧 스프레드 상승 > 투자자들의 머니무브 > 금융사 조달금리 상승과 손실매물 출회 > 레포펀드 손실과 환매급증 >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채권시장붕괴 > 크레딧 시장 마비 > 국채수익률과 크레딧 스프레드 동반 급등 > 머니무브 재확산의 악순환 고리로 이어졌다.

단기간 급등한 시장금리는 은행과 기업 등의 조달금리를 상승시킨다. 차환 및 각종 비율 방어를 위해 발행금리와 예금금리를 높이자 투자자들의 머니무브가 이어졌다. 과거 저금리 시절 가입한 예금, 보험을 중도상환수수료를 내고 해지 하더라도 갈아타는 금리가 더 매력적인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가입자들이 해지를 요청하면 해당 금융사는 보유 자산을 매각하거나 신규 조달을 통해 상환자금을 마련한다. 금융사는 비교적 유동성이 풍부한 국채와 상위 등급 우량 크레딧(공사채, 금융채, 회사채)물을 우선적으로 매각하여 대응한다. 국채 등 안전자산 매물증가는 유통시장에서의 벤치마크 채권 금리상승으로 이어지고 크레딧 금리도 동반 상승한다. 유통시장에서의 금리상승은 발행시장 금리상승으로도 이어진다.

우량물 매각 대응으로도 해지 상환물량 확보가 부족한 경우 크레딧 물 매각도 불가피했다. 이는 크레딧 스프레드 상승을 불러와 거래 성사율도 어렵게 만들고 다시 금리를 상승시키는 악순환을 가속화 했다. 레고랜드 사태는 채권시장 패닉을 불러와 도로공사와 한전채 등 공사채 발행도 유찰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금리급등이 야기한 레포펀드의 손실사태는(지난 글 '레포펀드, 빛과 그림자 참조) 추가 환매 요청으로 이어지고 환매 대응을 위한 자산 매각은 국채와 크레딧 채권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당시엔 국채도 안전자산이 되지 못했고 현금 확보가 최우선 이었다.

한편 금리급등 사태에서 보험사 자산운용 상황도 안전하지 못했다. 머니무브가 보험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22년 대규모 저축성 보험의 만기가 몰려 있는 가운데 유동성 비율 충족과 해지보험금 마련을 위한 현금확보가 최우선 과제였다.

금리급등 발 22년 말 퇴직연금시장에서 자금 대이동 가능성은 무시무시한 잠재 폭탄이었다.

​2022년은 2012년과 2017년 각각 10년 납, 5년 납, 7년 납 세제혜택이 부여됐던 저축성 보험 만기가 겹치는 해였다. 3개월래 도래하는 유동부채가 증가하고 상환자금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금껏 보험사는 저축성보험 만기상환은 또 다른 저축성보험 판매를 통해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IFRS17(변경된 보험회계기준)하에서 저축성 보험은 수익성이 낮아 경영상 부담을 주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일찌감치 저축성보험을 줄이고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신상품 전략을 전환하는 중이었다.

저축성보험은 건 당 비교적 큰 규모의 수입보험료 유입이 가능하지만 보장성보험은 상품 특성상 건 당 수입보험료 크기에 한계가 있다. 보험소비자는 '사고가 발생해야만 보험금을 지급받는 보장성 상품'에는 선뜻 손이 안나가지만 상대적으로 재테크 개념이 포함된 저축성보험에는 후한 편이다. 저축성보험 월 적립금 30만원 보다 보장성보험 월 30만원에 부담이 가는 이치다. 실제로 보험사들이 상품전략을 보장성보험으로 전환할 때부터 월초 보험료 규모가 크게 낮아졌다.

수입보험료도 줄어 드는데 저축성만기는 돌아오고 저축성보험 판매량은 줄었으니 보험사 자산 성장세는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해지가 증가할 경우 기존 자산 매각 압력이 높아진다.

만기 상환보험금 증가는 유동부채(3개월내 도래되는 보험금, 차입금)증가로 이어져 유동성 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하락 압박이 커진다. 여기에 보험사도 머니무브 열풍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해지율이 상승했다. 유동성 마련을 위한 보험사 발 국채, 특수채, 회사채의 무차별 매도 물량이 시장에 쏟아졌다. 실제 매각자금 마련 뿐만 아니라 규제당국의 규제비율 준수를 위해서도 자산을 매각해야 했다.

시장금리 급등으로 보험부채 가치가 자산 가치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하여 보험사 순자산가치가 증가한 것은 건전성비율 제고에 도움이 됐지만 10년래 금리 최고점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산매각은 매매손실을 확정시키며 당기손익을 압박했다.

보험사 유동성 위험과 당기 손익을 위협하는 지뢰는 퇴직연금사업에도 잠재되 있었다.보험사 퇴직연금사업은 보험사가 운용관리기관이나 자산관리기관으로 참여해 기업이나 근로자의 퇴직금을 유치하여 운용하면서 수수료 수익과 운용 - 조달 금리차를 수익으로 하는 업이다. 문제는 퇴직연금 시장의 금리경쟁이 치열하고 자금이동 시기가 연말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퇴직연금 유치를 위해 고금리를 제시하고 금리마진 확보를 위해 조달만기보다 긴 자산과 위험자산에 투자한다. 즉 퇴직연금계정의 자산 듀레이션이 부채 듀레이션보다 길고 자산에 포함되어 있는 크레딧 비중이 높다. 시장금리 기간구조가 우상향하고 크레딧 스프레드가 적정수준을 유지하며 신용위험이 높지 않은 경우 이같은 ALM전략은 안전마진을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깨지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빠진다.

2022년이 딱 그랬다. 1년 래 250bp 금리가 상승했으니 자산으로 담고 있던 잔존 만기가 긴 채권은 대규모 평가손 상태로 빠졌고 레고랜드 사태로 크레딧 시장이 기능을 상실하면서 위험자산 손실도 커져갔다. 이런 상황에서 연말 퇴직연금 자금이동 시기에 경쟁사 보다 고금리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자금을 상환해 줘야 한다. 이럴 경우 자산 매각이 불가피 하고 평가손은 실현손으로 확정된다. 퇴직계정에 유동성이 부족한 경우 일반계정에서 자금을 빌려줘야 한다. 규제상 일반계정과 구분계정을 별도로 구분계리하고 있지만 최종 위험은 보험사 일반계정이 부담한다.

​예를 들어 보자. 22년 말 삼한생명의 퇴직연금 규모는 5조원이다. 보유자산의 평균만기는 3년이고 금리 급등 전 빌드업된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자산보유금리는 3.00%다. 부채 평균 만기는 1년이고 조달금리는 21년 말 조달비중이 크기 때문에 2.70%이다. 이같은 상황이 유지된다면 삼한생명은 매년 금리마진 30bp*5조=150억 수익실현이 가능하다(운용, 자산관리 수수료 별도).

하지만 22년 금리상승으로 22년 말 조달금리도 급등했다. 6.00% 금리를 제시하여 3조의 자금을 재유치했고 2조는 빠져 나갔다. 23년 초 삼한생명 퇴직계정자산은 3조, 보유금리는 2.70%(자산증분이 없기 때문에 금리 상승 환경에서 매수할 재원이 없어 보유금리의 변화가 거의없다), 평균만기는 2년이다. 부채는 3조, 평균만기는 1년, 조달금리는 6.00%다. 2조 상환자금 마련을 위해 자산을 매각하면서 300bp(6.00%-3.00%)*2년(자산부채 듀레이션 차이)*2조 = 1,200억 손실을 실현했다. 이같은 상황이 변화가 없다면 23년, 24년 삼한생명이 부담해야 할 역마진은 각 900억(300bp*3조, 23년, 24년 각각 실현) 총 1,800억에 이른다.

이런 상황이 2022년 실제 보험사에 발생했고 여진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다음글에서는 22년 채권패닉장에서 탈출하는 과정과 대응 방법별 시사점에 대해 소개한다.

이정혁 (금융시장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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