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시대로의 여행- 역사주의 연주(HIP)
- seoultribune
- 2024년 4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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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2024년 5월 23일
꽃비가 내리는 이 계절이 돌아올 때면 비발디의 바이올린협주곡 <사계> 중 ‘봄’의 1악장, 그리고 베토벤의 바이올린소나타 5번 ‘봄’ 음악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작곡가들의 시대로부터 수 백 년이 흐른 지금에도 비발디와 베토벤의 봄노래를 현재로 즐길 수 있는 점은 음악이 다른 예술과 차별되는 중요한 지점이다. 공존하는 과거와 현재를 음악 안에서 표현해내기 위하여 많은 음악가들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한다. 작곡가들이 곡을 썼던 당시의 시대악기를 사용하고, 당대의 음악 연주관행을 되살리려는 역사주의 연주(HIP, Historical Informed Performance) 역시 이런 노력 중 하나일 것이다. 바흐의 작품 연주로 확산되기 시작한 이 연주 방식은 고음악, 원전연주, 당대연주, 정격연주 등 다양한 용어로 불러졌으나, 최근에는 역사주의 연주 혹은 시대연주로 통일되고 있다. 다소 공격적인 어조의 용어들, 특히 정격연주는 마치 이것이 정답이고 이에 맞지 않는 변격이 있다는 것을 내포하기에 이런 용어 사용은 지양되는 분위기다.
역사주의 연주의 가장 차별된 점은 바로 그 당대의 악기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예전 악기는 현대의 악기와는 모양이나 소리뿐만 아니라 조율의 방식도 달랐다. 그렇기에 시대연주를 듣고 있으면 현대 악기에 익숙한 우리에게 아는 곡이라 하더라고 낯설게 들려질 때도 있다. 특히 금속현의 시원하고 거침없는 바이올린 소리에 익숙한 우리에게 양의 창자를 꼬야서 만든 거트현의 바로크 바이올린 소리는 따듯하고 부드럽긴 하나 답답하고 소박하다 느껴지기도 하고, 피아노와 달리 하프시코드의 우아한 음향은 때때로 너무 작은 소리여서 객석의 청자에게까지 닿지 못할 때도 많다. 그럼 어떤 연주가 좋은 연주일까? 우린 어떻게 들어야 하는가?
지금의 연주 장소, 연주 방법, 그리고 청취의 방법 또한 베토벤의 시대와는 많이 다르다. 그럼에도 많은 연주자와 음악학자들이 역사주의 연주를 통해 작곡가의 시대를 현재에서 구현해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시대 악기로 작곡 당시의 연주 방식만을 고집하는 정격연주라는 용어 자체를 지금은 사용하지 않듯이, 음악청취에도 그 태도나 방식에서 무엇이 옳고 그르다를 따지기 보다는 다양한 연주 방법과 해석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해보는 건 어떨까.
음악학자 이향수
서울트리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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