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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하지 않으면, 결국 다 죽더라 - 사모펀드업계에서도 통하는 교훈

  • seoultribune
  • 1월 4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1월 21일


“요즘 제가 삼국지를 읽고 있거든요. 그런데 겸손하지 않으면 다 죽더라고요.”

연말 MBC 연예대상에서 개그맨 장도연이 던진 이 한마디는 웃음 뒤에 묘한 여운을 남겼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곱씹어보면 삼국지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을 정확히 짚은 말이기 때문이다.

삼국지에서 겸손으로 살아남은 대표적인 인물은 유비다. 유비는 처음부터 강자가 아니었다. 공손찬, 여포, 조조, 원소, 유표 등 당대의 군웅들 사이를 떠돌며 수십 년을 전전했다. 패배와 도주, 의탁과 결별이 반복되는 삶이었다. 스스로를 낮추지 않았다면 애초에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행로였다.

그렇게 몸을 낮추며 버텨온 유비는 결국 촉한의 황제가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몰락은 그 지점에서 시작됐다. 황제가 된 유비는 더 이상 신하들의 만류를 듣지 않았다. 관우의 복수를 명분으로 오나라 정벌을 강행했고, 이를 말리던 조운을 좌천시키고 진밀을 하옥시킬 만큼 강경했다. 결과는 이릉대전의 참패였다. 촉한의 국력과 인재, 그리고 유비 자신의 정치적 자산까지 한 번에 소진된 전투였다.

이 장면은 단순한 전술 실패라기보다 태도의 붕괴에 가깝다. 살아남게 했던 겸손이 사라진 순간,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이 급격히 무너졌다.

이 구조는 오늘날 자본시장에서도 반복된다. 최근 국내 사모펀드 업계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 투자 성과나 숫자보다 ‘자세’가 먼저 도마에 오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MBK파트너스를 둘러싼 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개별 투자 성패를 넘어, 시장과 사회가 문제 삼는 지점은 과거의 성공 이후에도 충분히 몸을 낮췄는가, 이해관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는가 하는 질문이다.

특히 MBK를 이끌어온 김병주 회장은 한국 사모펀드 산업을 대표하는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 공격적인 투자와 빠른 실행력으로 시장을 확장한 공로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규모와 영향력이 커질수록 개인의 판단은 곧 조직의 태도로 읽히고, 그 태도는 시장 전체의 신뢰와 직결된다. 리더 한 사람의 확신이 조직 전체의 확신으로 굳어질 때, 그 확신은 때로 가장 큰 리스크가 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역에서 겸손을 상징하는 괘는 지산겸(地山謙)이라고 한다. 산이 땅보다 아래에 있는 형상, 가장 높은 것이 스스로를 낮춘 모습인데, 흥미롭게도 지산겸은 주역 64괘 가운데 유일하게 여섯 효 모두가 길하거나 이롭다고 풀이된다고 한다. 다른 괘들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흉·려·회·린(凶勵悔吝)이 이 괘에는 없다고 한다.

겸손은 미덕이기 이전에 생존의 조건일지도 모른다. 삼국지의 인물들이, 그리고 유비의 일생이 보여주듯, 진짜 시험은 성공 이후에 찾아온다. 자본이든 권력이든, 정점에 올랐다는 확신이 굳어지는 순간 균열은 시작된다. 결국 문제는 얼마나 높이 올라섰느냐가 아니라, 언제까지 스스로를 낮출 수 있느냐일 것이다.

서재욱 파트너

※ 서재욱 파트너는 한양대 및 동 대학원, Northwestern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화, AIG(AIA), ING, Prudential, 푸본현대생명 등에 근무했고, 현재는 에임브릿지에서 Private Equity, M&A, start-up 투자 등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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