至愚齋: 포르투갈 라구스 방갈로 여행
- seoultribune
- 2024년 11월 13일
- 3분 분량

방갈로 입성에 성공하다. 야심차게 서울에서 캠핑 장비를 장만하여 왔는데 제대로 된 캠핑을 하지는 못했다. 기껏해야 햇반과 김치를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약식 싸구려 숙박은 했다. 날씨가 더워 캠핑하기 좋지 않은 것이 주 원인이지만 프랑스에 비해 스페인의 시설이 그리 좋지 못한 것도 다른 원인이었다.
포르투갈 라고스의 튜리스캄포라는 캠핑 사이트에 거처를 마련했다. 네비게이션은 캠핑 사이트를 잘 찾지 못해 구글 지도를 켜고 이리 저리 방황했다. 그만 둘까도 생각을 했지만 오기가 나서 계속 찾아 헤맸다. 찾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드디어 캠핑 사이트를 찾았다. 얼마만에 제대로 된 캠핑을 하게 된 것인가. 그러나…. 생각보다 정말 비쌌다. 텐트 사이트는 가격이 얼마하지 않고 좋았는데 내가 가져간 장비로는 햇볕을 피하기 어려웠다. ㅠㅠ 방칼로를 선택하면 가격이 세 배나 껑충 올라갔다.
처음에는 망설였다. 포기하고 차로 와서 다음 행선지에서 잘 곳을 알아보았다. 방갈로가 차라리 나았다. 실제로 방갈로에 들어와 보니 너무 좋았다. 7명이 거처할 수 있는 방갈로였다. 한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었다. 가져 간 3분 카레를 처음으로 전자렌지에 돌려 먹었다. 카레 맛은 꿀 맛이다. 김치와 무우 말랭이가 어우러지니 천국의 맛이다. 이런 맛은 누가 왜 감추어 두었던건가? 약간 신경쓰이는 것은 김치 냄새이다. 방갈로에 벨 까봐 약간 노심초사다. 그것 빼고는 완벽하다. 무우 말랭이도 맛있다. 인천공항에서 비싸게 주고 샀는데 이제 그 값을 한다. 어릴 때 무우 말랭이는 싫었다. 늘 도시락 반찬으로 어머니가 싸 주셔서 싫증이 났다. 그런 말랭이가 스페인에 오니 맛이 달라졌다.
여기서는 혼자라는 것이 아쉽다. 이런 좋은 행복을 나누면 더 좋을 것 같은데…. 물론 같이 있음에 따른 불행도 있겠지만….
행복을 맛보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기다렸다. 방갈로 종업원 왈, 5시에 키를 받으러 오라고 했다. 하는 수 없이 라고스 해변에 가서 어슬렁거렸다. 젊은 여자, 이제 나도 이렇게 이야기하는 구나, 둘이 좁은 커널을 건너는 배를 타려고 했다. 어디 가느냐고 물어 보았다. 해변을 간다고 했다. 돈을 내어야 하는냐고 물어보니 자기들도 모른다고 했다. 따라 가 보니 라고스 해변이 나타났다. 역시 모를 때는 염치 불구하고 따라 다니는 게 상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많지 않은 사람이 해수욕을 즐기고 살갗을 태우고 있었다. 나는 피부가 탈 까봐 꽁꽁 싸매고 다녔다. 그들이 보기에는 내가 아주 이상한 놈이었을 것이다.
5시가 다 되어 키를 받으러 출발했다. 아뿔싸~ 포르투갈과 스페인에는 1시간의 시차가 있었다. 5시가 아니라 4시였다. 그냥 갔다. 다행히 청소가 완료되어 방갈로로 안내를 받았다. 직원은 친절하게 방갈로 사용법을 알려 주었다. 그에게 프로판 가스 한 통을 주었다. 데까뜨롱에서 산 것인데 이제 나에게는 필요가 없게 되었다. 방갈로에도 인덕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로카에 전화를 했다. 렌트카 반납을 당길 생각이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일주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이 소요되지 않았기 때문에 귀국을 앞당기기 위함이었다. 캠핑 사이트로 오는 길에 이메일을 보냈는데 답이 없길래 직접 전화했다. 전화가 연결되었다. 전화하기를 잘 했다. 보통 전화로 모르는 사람과 통화해서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받아 내는 것은 일종의 스트레스이다. 스트레스를 감수하고 전화하는 것이 보통은 정답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자동 녹음된 목소리로 스페인어로 할 것인지, 영어로 할 것인지를 물었다. 우리나라도 참고로 하면 좋겠다. 가브리엘이라고 나중에 알게 된 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23일로 예정된 반환 일정을 20일로 당겨 달라고 했다. 환불해 줄 수 있느냐고 몇번이나 물었다. 20일 창구로 오면 그렇게 해 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미국에서 거의 준사기를 당한 적이 있어 더 신경써서 변경 요청을 완료했다. 기분이 좋았다. 여기까지는 렌트카 서비스가 미국보다 스페인이 훨씬 훌륭하다.
칠 일 정도 유럽 여행을 하게 되게 권태기가 온다. 매일 가고 보는 것이 비슷하다. 교회, 박물관, 요새 등등….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기는 하다. 유럽 여행의 불가사의는 중세도시의 모습을 가지고 현대를 살아간다는 것이다. 사는 사람들이 그런 불편한 삶을 선택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옛 것으로 먹고 사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치려 하지 않는다. 아니 고쳐 버리면 더 이상 관광올 사람이 없게 되겠지…. 그래도 불편해 보인다.
유럽 도시 관광의 재미는 미로와 같이 지어진 건축물과 골목이다. 골목을 사진 찍으려니 영 불편하다. 그런 걸 왜 찍느냐고 할 까봐. 아직도 여행하면서 남들의 눈을 신경 많이 쓴다. 자동차의 뒤에 따라 오는 자동차를 신경쓰는 것처럼, 일본 사람들이 지나치게 남을 배려하는 것처럼 꼭 살 필요가 있을까? 50여 년 남의 눈치를 많이 보고 살았는데 이제 좀 남의 눈은 털어버리고 나의 눈에 들어 오는 것만 열심히 보고 즐기고 살면 너무 이기적일까?

至愚齋
서울트리뷴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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