至愚齋: 스페인 여행 (톨레도 2)
- seoultribune
- 2024년 11월 6일
- 2분 분량

새벽 3시에 눈을 떴다. 아무래도 어제 밤에 일찍 잤던 영향인지, 시차의 영향인지 일찍 일어났다. 일어났다기 보다는 해가 뜨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소년이 되 버렸다. 배는 고팠지만 아침이 되기를 기다렸다. 스페인은 여름 아침은 늦다. 조물주가 일부로 여름에는 해가 늦게 나오도록 해서 더위에 절은사람들이 좀 더 자도록 배려한 모양이다. 해 뜨기만 기다릴 수는 없었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햇반과 김, 젓갈을 챙겨 식당으로 내려갔다. 일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길래 주방의 전자레인지에 햇반을 넣고 돌렸다. 잠시후 주인이 나타나서 도와주겠다고 했다. 나는 괜찮다고 하면서 포크만 빌려달라고 했다 스페인에 와서 아침이 6시로 당겨졌다. 아침을 6시에 먹으니 더 맛있었다.
톨레도에는 성당을 반드시 보아야 한다고 했다. 성당에 가기 전에 대형 마켓에 가서 프로판 가스를 사야 했다. 카르프가 지도에 보였는데 9시가 영업 시작이었다. 9시를 기다리며 미 비포 유 소설책을 읽었다가 덮었다가, 쪽 잠을 잤다가 일어났다가 하기를 반복 했다. 아홉 시가 되자마자 차를 몰고 성당으로 갔다. 성당으로 가는 길은 너무 좁아 차가 지나갈 정도가 안 돼 보였다. 길을 잘못 들어 어쩔줄을 모르며 헤매다가 겨우 공영주차장을 찾아 차를 주차였다. 도심에도 길 옆에 주차장이 있기는 했는데, 거주자 우선이 많았다. 아픈 무릎에 테이프를 동여 매고 성당을 향해 발을 옮겼다. 골고다 언덕 같이 좁은 언덕길을 10여 분 걸으니 성당이 보였다. 성당이 10시에 문을 연다고 했다. 무계획 여행이라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하는 수 없이 성당 주변을 배회하다가 산타 크루즈 뮤지엄에 갔다. 엘 그레그라는 작가가 만든 작품이 전시회 있다고 했다. 실제로 가보니 주로 도자기 작품이 많았고 그렉의 작품은 전시 되어 있지 않았다. 제법 실망이 컸지만 공짜였다. 아쉬운 마음에 엘 그렉 뮤지엄에 가고 싶었으나 월요일은 휴관이었다. 앞으로 톨레도를 다시 올 수는 없을 것 같으니, 엘 그렉은 인터넷으로 만족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성당 입구를 찾지 못했다. 나중에 알게 된 성당 뒤쪽으로 들어 가니 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경비원이 뭐라뭐라 했는데 아마도 앞쪽으로 들어오라고 이야기가 같았다. 앞쪽으로 들어갈려니 또 경비원이 표를 점검 하고 있었다. 눈치를 보니 맞은편에 있는 가게로 가서 표를 사야했다. 입장료가 12 유로나 됐다. 12 유로를 주고 성당을 볼 가치가 있을까 생각을 하면서 안으로 돌아 갔다. 돌아갈 때는 사진 촬영이 안 된다고 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모두 다 찰영하고 싶다. 그래도 공중도덕에 대한 죄의식이 남아 있어 조금 기다렸다. 사진을 찍고 영상도 촬영하니 12 유로의 가치가 있었다. 톨레도 성당은 프랑스에서 파리에서 자주 갔던 노틀담 성당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크고 하려했다. 돌을 깎아 만든 작품들이 아주 많았고 벽의 유리창도 화려했다.
프랑스도 유럽의 강국이었지만 프랑스 못지 않게 스페인은 세계적인 강국이었다. 나라의 국력도 강했던만큼 교회 세력도 강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톨레도 성당이었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100여년 동안 지어도 다 짓지 못할 정도로 돈이 많이 들어가는 성당 건축이라 한다. 톨레도 성당을 짓는 데에는 얼마의 시간이 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사그리다에 필적할 만 했다. 성당 내의 한 구석도 작품이 아닌 곳이 없을 정도였다. 1인치의 벽만 떼어서 보더라도 작품이라 할 만 했다. 돌을 깎은 기둥은 마치 나무 재질처럼 보였다. 만져보지는 않았지만 벗겨진 것을 보니 돌이었다.
황금 칠을 입은 동상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심지어 황금 칠을 한 보물도 있었다. 황금이 17 킬로나 들어갔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살짝 엿들었다. 제3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 파리의 노틀르담을 눈 앞에서 굴복시키는듯한 톨레도 대성당은 나에게 다가왔다. 톨레도 성당을 와 보지 못했다면 노틀르담을 세계 제일의 성당으로 우겼을 것이다. 톨레도 성당은 확실히 평가절하되어 있다. 2007년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을 방문하고 나서 스페인 성당에 푹 빠졌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사그리다 성당을 소개하며 한 번 방문하기를 권했다. 이제 톨레도 성당의 방문을 권한다.
至愚齋
서울트리뷴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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