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至愚齋: 스페인 여행 (톨레도 1)

  • seoultribune
  • 2024년 11월 6일
  • 2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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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고생을 하는 여행이고, 준비를 하지 않는 여행이다. 비행기 편과 렌트카는 예약을 하고 숙소와 관광지는 정하지 않았다. 그날 그날 가보고 싶은 곳으로 가기로 했다. 기본 컨셉은 베낭여행이지만 그렇게 흘러 갈지는 모르겠다. 마드리드행 비행기는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었다. 이코노미로 처음에는 구매를 했으나 비행 시간이 14시간 이상이라 비즈니스로 바꾸었다. 마드리드로 오는 비행기를 타 보니 비즈니스 석을 잘 이용했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그 대가는 십 수년 동안 모은 마일리지의 대부분을 투입하는 것이었다.

 

마드리드 공항에 내려 Europcar 부스를 찾았다. 다른 부스는 일요일이라 그런지 닫혀 있어 약간 불길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한 여자가 부스를 지키고 있었다. 당초에는 마드리드 도착 첫날에는 공항 근처에서 자고 다음 날 렌트를 하기로 했다. 잠시 생각해 보니 다음날 공항에 다시 오는 것도 귀찮게 여겨졌다. 도착 날 부터 빌리기로 했다. 예상했던 반응은 내가 다음 날 예약한 차가 하루 앞당겨 사용 가능한지의 여부였다. 지난 미국에서도 경험한 바 있는데 렌트카 회사는 앱에서 에약한 차가 실제로는 사용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스페인도 마찬가지였다. 예약한 차의 사용 여부는 별로 체크하지 않고 더 비싼 차를 권했다. 소형 벤츠였다. 아울러 하루 보험료로 35 유로를 내야 한다고 했다. 물론 보험을 사는 것은 의무가 아니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 했다. 또한 차량에 약간의 흠이 생기더라도 분쟁이 될 것이라고 했다. 포루투갈까지 갈 경우 전 손해를 담보하는 보험이 필요하다는 영업에 지고 말았다. 결국 하루에 50유로의 렌트비에 더하여 10 유로 안팎의 보험료를 내기로 한 첫번째 계획은 깨졌다. 결과적으로 잘된 것인지의 여부는 지금 모르겠지만 뜻하지 않게 벤츠를 몰아보게 되었다. 소형, 디젤 벤츠라 고급형은 아니지만 설레였다.

 

톨레도를 가고 싶었다. 미국 로스쿨을 지원했을 때 가장 먼저 어드미션이 온 학교가 University of Toledo였다. 그래서 정감이 가는 도시였다. 톨레도에 도착하기 전에 인근 시골 도시를 이고 저곳을 차로 누비고 다녔다. 너무 시골이라서 볼 것도 없었다. 군데 군데 구멍가게와 같은 레스토랑 밖에서 나이 있어 보이는 남녀가 술 잔을 기울이는 것을 볼 수는 있었다.

날이 어둑어둑해 지기 시작했다. 잘 곳을 찾아야 했다. booking.com을 기웃거리다가 싼 방을 발견했다. 곧장 차를 몰아 도착해 보니 이층이 모텔이었다. 문제는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것이었다. 20킬로가 넘는 짐 단지를 낑낑거리면서 이층으로 옮길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나쁘지 않았다. 특히 레스토랑에서 가져간 햇반과 김치를 먹을 수 있었다. 종업원도 친절했다. 햇반을 전자렌지에 넣어 돌려달라고 했더니 미소를 지으며 해 주었다. 자기들이 만들어 식탁 위에 내 놓은 빵이 햇반을 허겁지겁 먹는 나를 노려 보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새벽에는 너무 배가 고파서 식당에 내려가 햇반을 김에 싸서 젓갈과 같이 먹었다. 임금님 수라상과 비슷한 조식이었다.

至愚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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