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至愚齋: 스페인 세비아 여행

  • seoultribune
  • 2024년 11월 10일
  • 3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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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로 향하는 길에서는 브르투스로 노래를 들으며 갔다. 옆에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는 기계가 친구일 줄은 몰랐다. 120 킬로미터를 차를 몰아 가니 세비아가 나타났다. 세비아가 항구는 아닌 줄 알고 있었는데 대형 크레인이 군데 군데에서 보였다. 네비가 가르쳐 주는대로 차를 몰았다. 역시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숙소를 찾았다. 두 개의 호텔에 들러 방이 있는가를 물었다. 없었다. 고맙게도 그들은 다른 호텔을 소개해 주었다. 알고 보니 주차한 공영주차장 옆에 있는 호텔이었다. 호텔 이름은 키비르(Kivir)였는데 과달키비르 강 옆에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 같았다. 세비아는 마르빌과 같은 해변 도시와는 달리 시내가 조용하고 한적했다. 마침 시내에는 상수도 공사 중이라 어수선했다. 북킹닷컴에서 안내해 준 호텔을 가니 앞이 공사판이고 문도 닫혀 있었다. 낭패를 볼 뻔 했다.

스페인 사람들은 8시가 지나야 서서히 저녁을 먹으러 나오는 것 같다. 먹이를 찾아 어슬렁 어슬렁 거리는 호랑이 처럼 레스토랑을 찾아 다닌다. 비르키르 호텔의 종업원이 추천하는 에밀리아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한 잔을 주문한 카르멜로 로데로의 맛은 드라이했다. 2022년 산이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한 잔에 4~5유로 정도이니 가격도 착한 편이었다. 참고로 스페인 호텔 가격은 대체로 내륙 지방은 싸고 해안 지방은 아주 비싸다. 스페인 사람들은 유적지 관광 보다는 해변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해수욕을 더 선호하는 모양이다. 톨레도 등 내륙 지방 도시의 방 값이 200 유로 정도면 방이 훌륭하나 마르벨 등 해안 도시는 200유로로는 유스호스텔 정도의 방만 구할 수 있다.

 

세비아의 여정은 기철 형의 추억과 오버랩이 된다. 기철 형은 고등학교 서클 선배이다. 지난 6월 서클의 다른 선배인 창원 형이 충북 진천에 초대했을 때 조우했다. 고기를 구우면서 왁자지걸하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같이 사진을 찍을 줄도 몰랐다. 7월 대구에서 동문 서클 모임이 있을 때 기철 형이 올 수 있다는 메세지도 보내 왔다. 한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던 기철 형이 갔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혈액암을 전공하는 친구가 말하듯 그냥 다른 세상으로 갔다. 혈액암으로 판정된 지 일주일 되지 않아 가버렸다. 서클 선후배가 혈소판을 모아서 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와중에 가버렸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작별 인사를 할 충분한 시간도 주지 않았다. 삶이 이런 것이라면 만날 때마다 작별 인사와 같은 진한 정을 나누어야겠다.

  

화려하지 않지만 살짝 들 든 마음으로 세비아의 아침을 맞았다. 호텔의 아침은 지중해식이었는데 소박하고 맛있었다. 아침이 8시부터 제공되니 일정은 10시가 넘어서야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세비아 성당도 10시 반이 넘어야 연다고 구글이 알려졌다. 호텔을 나와서 오분 걸으니 탑이 보였다. 구글링을 해 보니 황금의 탑이라고 했다. 겉은 황금으로 칠해져 있지 않은데 왜 황금의 탑이라고 하는지를 몰랐다.스페인 광장은 납작한 벽돌로 만든 일종의 콜로세움이 있는 곳이다. 동양인은 거의 보이지 않고 서양인들이 대부분이다. 둥근 모양의 건물 주변에는 스페인 지방을 표상하는 문양과 지도가 모자이크되어 있었다. 스페인 지방을 모두 모아 놓은 것 같았다. 스페인 광장은 기껏해야 1920년에 만든 것이었다. 역사가 오래 되었다고 관광명소가 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100년 남짓 되었지만 많은 사람이 스페인 광장을 찾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스페인 광장과 같은 코리아 광장을 하나 만들면 좋겠다.

 

호텔 종업원이 추천한 곳 중에서 일번이 세비아 성당이었다. 세비아 성당은 기대와는 달리 별다른 특징이 없었다. 세비야 성당의 크기는 톨레도 성당이나 말라가 성당과 비슷했다. 모두 고딕 성당이라서 글래스 페인팅, 성당 주위에 건축된 작은 채플이 있었다. 가운데에는 메인 채플이 있었고 옆에는 큰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되어 있었다. 제단 주위에는 금박을 입은 조각물과 장치가 부자 위세를 떨고 있었다. 하지만 작은 채플은 높은 창살로 가로 막혀 있었고 내부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말라가 성당보다 채플이 화려하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장애물은 투박하고 높았다.

 

호텔 종업원이 알려 준 레스토랑을 찾아 점심을 먹었다. 전채로 해산물 타르타르, 본식으로 등심 구이를 주문했다. 150그램에 미디엄 웰로 주문했는데 정말 맛있었다. 지금까지 등심을 많이 먹어 보았지만 세비아의 레스토랑처럼 맛있지는 않았다. 고기가 다 거기서 거기인데…. 천천히 음미하면서 고기를 씹으니 고기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저녁은 어제 간 레스토랑에서 이베리코 돼지고기 어깨 살로 만든 일종의 타르타르를 와인과 함께 먹었다.

스페인의 올리브 인심은 넉넉하다. 어느 레스토랑에 가든지 공짜로 많이 주는데 맛있다. Emilia라는 레스토랑은 실외 테이블이 약 스무 개 있는데 내가 가기 전에는 모두 비어 있었다. 내가 8시 30분 즈음 자리를 잡으면 서서히 사람들이 앉기 시작한다. 내가 일종의 바람잡이를 하는 느낌이다. 와인 한잔을 시켜 놓고 여행일기를 쓰고 삶에 대한 나만의 경험을 썼다. 여행하면서 꿈꾸었던 나만의 시간이었다.

至愚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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