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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의 금융시장분석 - 보험사 가치평가, 위험의 통계적 관리와 자산운용의 묘미 : 사차(死差)와 이차(利差)

  • seoultribune
  • 2시간 전
  • 3분 분량

보험업 본질은 '위험으로부터의 금전적 보장'이라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이다. 위험의 발생빈도와 연계된 금전적 보상규모의 불확실성을 책임지는 보험회사는 수입보험료와 지급보험금 차이에서 수익를 남겨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가 가지고 있는 비장의 무기는 우리가 학창시절에 배운 '규모의 경제(생산량이 늘어날 수록 평균비용이 감소)'와 '대수의 법칙(표본의 수가 많아질수록 실제 결과가 이론적 예상 확률(평균치 등)에 가까워 지는 원리)이다.

특정 위험에 대해 보장받고 싶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규모의 경제와 대수의 법칙이 성립되는 수준이상으로 모집해(푸쉬 마케팅, 언더라이팅) 관리(보험계약의 유지, 보험금 지급심사, 자산운용)하는데 성공하면 이익이 창출된다. 그 이익의 핵심기둥이 바로 사차(死差)와 이차(利差)다.

<데이터의 승리, 사차(死差): 위험률 통제의 미학>

먼저 사차(死差)를 살펴보자. 보험사는 통계청의 경험생명표나 자사의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연령대의 남성 혹은 여성의 사망,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을 예측한다. 예를 들어 "40대 남성이 올해, 5년, 10년 후 몇명이 사망할 것인가? 특정 질병(심혈관, 암 등)에 언제 몇명이 걸릴 것인가?"를 예측하는 식이다. 이를 '예정위험률'이라 한다. 보험료에는 이 예정위험률에 따른 보상 재원(위험보험료)이 포함되어 있다.

실제 경영 결과, 사고가 예상보다 적게 발생하여 지급한 보험금이 거둬들인 위험보험료보다 적을 때 발생하는 이익이 바로 '사차익'이다. 보험사의 사차 영역에서 진짜 실력은 푸쉬 마케팅으로 유치한 청약자들 중 '우량체'를 선별하고 유치하는 능력이다. 단순히 가입자 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 확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보험사 입장 역선택을 걸러내는 능력(언더라이팅, 보험청약 위험의 인수)이다.

대표적 사차관리 실패 사례가 '1세대 실손보험'이다. 과거 보험사들이 공격적인 영업을 위해 언더라이팅 문턱을 낮추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설계를 남발했을 때, 사후적으로 실제 손해율이 예정치를 크게 상회하며 막대한 '사차손(적자)'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정교한 사차 관리가 실패할 경우 회사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언더라이팅(Underwriting, 계약심사) 능력이 사차익의 크기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영업채널 관점에서도 사차관리를 위해서 전속채널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최근 생보든 손보든 전체 보험영업 실적에서 GA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고있다.전속 FC채널은 상대적으로 그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손해율, 유지율 등 사차 관련 실제 지표를 보면 GA채널의 질이 좋지 않다.

현재의 매출에는 도움되지만 미래 이익 관점에서는 전속채널 대비 건강하지 않다. 장기적 사차관리와 로열티 관점에서 전속 FC채널의 육성과 발전이 필요한 대목이다.

<시간의 마법, 이차(利差): 자산운용의 효율과 ALM>

마지막 선수는 이차(利差)다. 보험은 고객으로부터 보험료를 먼저 받고, 보험금은 미래에 약정된 사고 발생시 지급한다. 수십 년 뒤 먼 미래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종신, 연금, 사망)도 많다. 이 '시간의 차이' 동안 보험사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게 되는데, 이를 놀리지 않고 채권, 주식, 기업금융, 대체, 부동산 등에 투자하여 수익을 낸다.

보험료를 산출할 때 고객에게 약속한 이자율(예정이율)보다 더 높은 투자 수익률을 올렸을 때 발생하는 이익이 '이차익'이다. 반대로 시중 금리가 급락하여 투자 수익률이 고객에게 줄 약속 이율보다 낮아지면 '이차역마진'이라는 무서운 늪에 빠지게 된다. 조달금리는 장기, 고정화 되어 있는데 이를 운용한 자산의 만기는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시중 금리가 하락하는 추세에서 자산이 재투자 되기 때문에 운용수익률이 과거 고금리 예정이자율을 하회하게 되어 이차역마진(저금리 기조와 고금리 확정형 상품의 역습)이 발생한다.

1990년대 연 7~10%의 고정 금리를 약속하며 판매했던 상품들은 2010년대 장기 저금리 국면에서 보험사들에게 거대한 이차역마진 부담을 안겼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해외유가증권, 국내외 대체투자 확대와 더불어 자산부채관리(ALM), LDI(Liability Driven investment)를 강화하며 부채 듀레이션을 매칭하는 고도의 자산배분 전략을 이어오고 있다.

금융당국도 금리변동에 따른 ALM 중요성을 인식하고 K-ICS 도입하고 금리위험 관리에 대해 강화된 규제를 이어오고 있다.

<3이원의 조화가 만드는 보험사의 '내재가치'>

비차, 사차, 이차는 서로 독립된 지표처럼 보이지만 사실 하나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와 같다. 영업력을 강화해 비차를 관리하면 신계약이 늘어나고, 이는 대수의 법칙을 견고하게 하여 사차를 안정시킨다. 그리고 이렇게 쌓인 방대한 자본은 이차 창출을 위한 거대한 엔진이 된다.

보험사 경영과 가치평가(Valuation)의 핵심은 결국 이 3각 함수를 최적으로 만들어 내고 미래에 어떤 궤적을 그리느냐를 맞히는 게임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업비를 통제하는가(비차), 얼마나 우량한 보험리스크 포트폴리오를 보유했는가(사차), 그리고 변화하는 금리 환경에서 순자산 가치를 유지하면서 예정이율 이상의 자산을 굴리는가(이차)"

이 3이원 분석의 결과값이 피어그룹 대비 우위에 있고, 향후 PMI(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개선 여력이 뚜렷하다면 그 회사는 M&A 시장에서 높은 프리미엄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보험업이 어렵고도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이 복잡한 고차 방정식을 수십 년에 걸쳐 풀어내며 가치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정혁(금융시장전문가)

※ 이정혁(필명)은 보험, 은행, 증권, 자산운용사 금융권역 전반에 걸쳐 유가증권, FICC 파생상품 운용 및 스트럭쳐링 업무를 담당한 25년차 베테랑 금융시장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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