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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투자, 운칠기삼은 ‘규제와 매크로’ 위에서 결정된다

  • seoultribune
  • 1월 14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1월 21일





사모펀드(PE) 업계에서도 오랫동안 회자돼 온 표현이 있다. ‘운칠기삼(運七技三)’. 투자 성과의 상당 부분이 운에 좌우된다는 이 말은 단순한 냉소가 아니라, 사모펀드 투자 구조의 현실을 반영한다. 다만 그 ‘운’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상당 부분은 매크로경제와 규제환경 변화라는 예측 가능하지만 통제 불가능한 변수에서 비롯된다.

사모펀드 투자는 개별 기업의 경쟁력만으로 성패가 갈리지 않는다. 장기 투자, 비유동성, 레버리지 구조라는 특성상 성과는 투자 시점의 환경에 크게 의존한다.

금리 수준, 유동성, 경기 사이클과 더불어 최근에는 규제환경 변화가 투자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동일한 기업이라도 규제 완화 국면에서는 성장주로, 규제 강화 국면에서는 구조조정 대상으로 성격이 완전히 바뀐다.

이는 운용사의 역량과 무관하게, 투자 성과의 상·하단을 사전에 설정하는 요소다.

과거에는 규제를 일시적 리스크나 개별 산업의 특수 변수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금융, 보험, 헬스케어, 플랫폼, 에너지 등 주요 투자 영역에서 규제는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규제는 상수가 됐다.

자본 규제 강화는 레버리지 구조를 제한하고, 소비자 보호 규제는 수익 모델을 바꾸며, 지배구조·공시 규제는 엑시트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정책 방향이 명확한 영역에서는 규제가 ‘리스크’라기보다 기업가치 재편의 촉매로 작동한다.

문제는 많은 투자자들이 여전히 규제를 사후적으로 설명하는 변수로 취급한다는 점이다.

‘매크로를 거스르는 투자’는 이론적으로 매력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실제로 성공하는 사례를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있다. 매크로를 거슬렀다기보다 규제 흐름을 선제적으로 읽었다는 점이다.

규제 강화 국면에서는 구조조정·통합형 투자와 같은 방어적 전략이, 규제 완화나 제도 전환기에는 성장·확장 전략이 유효하다. 특히 법·제도 변화가 예정돼 있는 산업에서는 경기 사이클보다 규제 타이밍이 투자 성과를 좌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매크로와 규제 모두를 무시한 투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성공한 투자들은 둘 중 하나의 영향이 약해지는 지점을 정교하게 선택했을 뿐이다.

사모펀드 투자에서 운칠기삼이 작동하는 구간은 분명하다. 매크로 방향, 규제 기조, 정책 환경이라는 큰 틀을 올바르게 설정한 이후, 엑시트 시점의 시장 심리나 예측 불가능한 사건에서 ‘운’이 개입한다.

반대로 이 큰 틀을 오판한 채 성과 부진을 운 탓으로 돌리는 순간, 이는 분석 실패에 대한 변명이 된다.

사모펀드는 기업을 고쳐 수익을 낸다는 환상을 종종 갖는다. 그러나 실제 성과는 매크로와 규제라는 상위 구조 위에서 미시 전략이 작동할 때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매크로를 이기는 투자는 없고, 규제를 무시한 투자는 더더욱 없다. 다만 매크로와 규제의 영향을 최소화하거나, 그 변화의 방향을 선제적으로 흡수한 구조는 존재한다.

운칠기삼은 사모펀드 운용의 한계이자 현실이다. 그리고 그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는 운용사만이, 사이클이 바뀔 때마다 도태되지 않고 시장에 남는다.

서재욱 파트너

※ 서재욱 파트너는 한양대 및 동 대학원, Northwestern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화그룹 공채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AIG(AIA), ING, Prudential, 푸본현대생명 등에 근무했다. 현재는 에임브릿지에서 Private Equity, M&A, start-up 투자 등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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