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의 보수적 가정이 정답인가?
- seoultribune
- 5월 25일
- 2분 분량

최근 손해보험업계가 손해율 산정을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메리츠화재의 ‘보수적 손해율 가정’이 지나친 회계 왜곡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예상 손해율을 과도하게 높게 책정해 실적을 부풀리고, 배당 여력을 확대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2023년 말 기준 장기보험의 예상 손해율을 104%로 설정했지만 실제 손해율은 90%에 그쳤다. 무려 14%포인트(p)에 달하는 예실차(예상과 실제 손해율의 차이)는 주요 손해보험사 중 가장 크다. 반면 현대해상은 예상 99%, 실제 102%로 예실차가 가장 작아 ‘최선 추정’ 원칙에 보다 충실한 모습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처럼 예상 손해율을 높게 잡으면 보험금 지출 부담을 과대평가한 것으로 간주돼 결과적으로 당기 순이익이 증가하고, 그만큼 배당 가능한 이익잉여금도 늘어난다”며 “이익을 지금 주주에게 돌려주고, 미래 손실은 다음 회계기준기나 후속 경영진에게 넘기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메리츠화재의 김용범 부회장은 지난 14일 컨퍼런스콜에서 “일부 보험사가 장기 손해율 가정을 통해 실적을 부풀리고 있다”고 타사를 정조준했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손해율을 가장 보수적으로 설정해 예실차 이익을 가장 많이 만든 곳이 메리츠”라며 자기모순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손해율 장난’이 결국 소비자에게까지 부담을 전가한다는 점이다. 예상 손해율이 높아질수록 보험료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이다. 같은 조건의 보험 상품이라도 메리츠화재가 더 높은 보험료를 책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2023년 도입된 국제회계기준(IFRS17)의 핵심 원칙이 ‘보수성’이 아니라 ‘현실에 가장 가까운 최선 추정’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메리츠화재가 시장 원칙보다 배당 확대에 초점을 맞춘 회계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IFRS17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의 한 계리사는 “회계 가정을 자의적으로 설계해 당기이익을 늘리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신뢰를 해칠 수 있다”며 “이익은 조작할 수 있어도, 사고는 조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은 보험사별 손해율 추정의 합리성을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메리츠화재처럼 손해율 조정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리는 방식이 확산될 경우 ‘보험 본질’인 위험 보장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트리뷴 (c)
コメン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