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재원으로 살아가기(3) - 대영박물관? No! 그냥 “British Museum”!
- seoultribune
- 3월 3일
- 3분 분량

지난 2014년 6월, 가족과 함께 처음으로 영국 땅을 밟았을 때의 신선한 충격은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한국에서 보낸 컨테이너 짐들이 도착하려면 한 달 이상이 걸려서 우리 가족은 한 달간 런던 근교의 한인 타운에서 민박을 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도 불편함보다는 새로운 경험이 주는 즐거움이 더 컸죠. 특히 민박집의 가족들과 주인 아주머니의 따뜻한 한식 덕분에 초기 정착의 어려움을 덜 수 있었습니다.
첫 주말, 드디어 가족과 함께 런던 탐험에 나섰습니다. 출장 중 이미 런던을 경험했던 저이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아름다운 도시 런던을 처음 마주하게 된다 생각하니 흥분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차를 타고 도착한 “런던 빅토리아 역”은 서울역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저는 대한국인입니다!). "엄청 크고 멋지지?"라는 흥분된 물음에, 가족들은 눈을 반짝이며 "와, 진짜 엄청 크고 멋진 옛날 건물이다!"라고 화답했죠.
역을 나와 길을 걸으면 “버킹엄 궁전”에 도착하게 됩니다. 우리는 TV와 책에서만 보던 크고 검은 모자에 빨간 제복을 입은 근위병들을 마주하고 마치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맛봤습니다. 비록 영국 여왕님이 너무 바빠서 만날 수는 없었지만 말을 탄 근위병을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버킹엄 궁전 앞에 있는 공원을 따라 걸으며 도착한 “빅벤”은 그 높이와 위엄에 압도당할 정도였습니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지며, 아이들은 고개를 들어 넋을 잃고 바라봤죠. 아내와 저는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기에 바빴습니다. 언젠가 이 사진들을 통해 런던의 기억이 다시 생생히 살아날 것이라 믿습니다. “빅벤”과 바로 곁에 있는 “국회의사당” 건물은 너무 정교한 나머지 사람이 만든 건축물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우리는 배가 고프기 시작했고, 런던에 왔으니 영국 전통 음식인 “피쉬 앤 칩스”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비록 영국 사람들 스스로가 인정하듯이 그 맛이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런던에서 이 정도의 경험은 빠질 수 없는 필수 코스입니다. 한국인인 저에게는 명절 날 먹는 뜨거운 동태전이 더 맛이 있기는 하지만요.
배를 채우고 런던을 대표하는 “템즈강”을 따라 걷는 동안 건너편에 있는 “런던아이” 점점 가까워졌고 템즈 강 양쪽에 즐비한 고풍스러운 건물들을 보며 런던의 매력을 만끽했습니다. 맑지 않은 템즈 강물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 유럽 역사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고 “내셔널 갤러리” 앞 “트라팔가 광장”의 사자상 옆에서 사진을 찍으며, ‘우리가 정말 영국에 있구나’ 하는 실감이 더해졌습니다. 내셔널 갤러리에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고 알고 있었으나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 바로 나와야 했습니다. 바로 “영국박물관”입니다. 박물관은 내셔널 갤러리 앞 트라팔가 광장에 비하면 매우 좁은 길을 지나 들어 가야 했습니다. 정말 지구 상 모든 나라의 사람들이 구경을 온 것 같이 붐볐고 이 곳에 전시된 셀 수 없이 많은 유물들과 미술품을 모두 보려면 한 달 이상이 아니 그것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습니다. 영국에서의 시간이 많이 남아 있던 우리는 다음 기회에 차근차근 보기로 하고 가장 신비한 유물인 로제타 스톤과 이집트 미라 정도만 감상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제가 '대영박물관'이라고 알고 있던 곳의 공식 명칭이 “British Museum”이라는 것이었습니다. “Great” 라는 단어도 없는데 왜 제가 ‘대(大)’영박물관이라고 알고 있었는지 새삼 궁금해졌습니다. 누가 왜 그렇게 표현한 것일까요?
해가 저물어가는 런던, 우리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런던의 야경은 피로함을 잊을 만큼 아름다웠고, 밤하늘에 빛나는 빅벤의 모습은 가족 모두의 얼굴에 미소를 띄게 하며 앞으로의 유럽 생활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첫 런던 여행은 이렇게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이제 막 시차 적응을 끝낸 시점임을 전달하고자 간략하게 런던 나들이를 정리해 보았고 다음 번 여행기부터는 본격적으로 런던을 포함한 영국과 유럽의 보석 같은 모습들을 생생하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혹시 유럽의 도시 중 가 보고 싶은 곳이 있으신가요? 제가 더욱 가보고 싶을 만큼만 미리 알려 드리겠습니다.
강태윤
※ 필자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였고, 공군학사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다. 외국계 IT 기업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여 다수의 외국계 기업, 대그룹 지주회사 및 해외 자회사, 중견기업의 재무팀에서 근무하였고, 현재는 글로벌 PE 한국 포트폴리오사의 CFO로 재직 중에 있다.
서울트리뷴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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