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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눈으로 빚어낸 한국 그림책의 향기, 한병호

  • seoultribune
  • 8월 17일
  • 1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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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첫 장을 넘기면, 우리는 늘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한국 그림책 일러스트의 1세대라 불리는 한병호 작가는 그 시선을 누구보다 따뜻하게 지켜온 이다.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추계예술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전통 회화의 섬세한 선과 농밀한 색감을 바탕으로 그림책 작업을 이어왔다. 동양화의 결을 품은 그의 그림은 단순한 어린이책의 삽화가 아니라, 한 장 한 장이 독립적인 예술 작품으로도 감상될 만큼 깊이가 있다.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 도깨비다. 《황소와 도깨비》, 《도깨비와 범벅 장수》에서 볼 수 있듯, 그는 도깨비를 무섭고 괴기스러운 존재가 아닌 장난스럽고 친근한 캐릭터로 되살렸다. 아이들은 그의 도깨비 그림에서 두려움보다 웃음을 먼저 발견한다. 한국 전래 설화가 어린이의 상상력 속에서 새롭게 살아난 것이다.

2005년 브라티슬라바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B)에서 황금사과상을 안겨준 《새가 되고 싶어》는 그의 국제적 위상을 증명한다. 나아가 《풀종다리의 노래》(2023), 《할머니네 집지킴이》(2024)에 이르기까지 그는 끊임없이 한국적 정서를 담아내고 있다. 농촌의 정겨운 사투리와 소박한 풍경, 흙냄새 나는 장면들은 마치 우리가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찾아 주는 듯하다.

한병호의 그림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오래 바라볼수록 마음을 적시는 힘이 있다. 그의 그림책을 읽는다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세상과 친해지는 법을 알려주는 일이며, 어른들에게는 잊고 지낸 감성을 되돌려주는 경험이다.

한국 그림책이 세계의 무대에서 주목받는 지금, 우리는 다시금 그의 작품에 주목해야 한다. 한 장의 그림책이 아이의 마음에 심는 상상력의 씨앗은, 언젠가 세상을 따뜻하게 바꾸는 힘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서울트리뷴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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