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4일차, 매킬로이의 롤러코스터 플레이에서 깨달은 삶의 진실
- seoultribune
- 4월 26일
- 3분 분량

인생은 골프다, 하지만 골프는 미친(?) 짓인데 인생은 그렇지 않다.
– 마스터스 4일차, 매킬로이의 롤러코스터 플레이에서 깨달은 삶의 진실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완벽하게 준비한 일들이 뜻하지 않은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골프도 그렇습니다(특히 매킬로이의 골프는 더더욱). 때로는 완벽한 샷도 단 몇 센티미터 차이로 벙커에 빠지고, 한 발짝 앞으로 다가온 기회를 허무하게 놓치기도 합니다.
지난 13일 일요일에 있었던 마스터스 4일차, 모두가 기대했던 매킬로이와 디샘보의 대결의 결과는 다시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힘든 한 편의 인간 드라마였습니다. TV를 통해서 전달된 매킬로이의 흐느끼는 모습에 저까지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롤러코스터, 혼자서 열고 닫는 수많은 ‘우승문’. 그 모든 장면들이 어쩐지 우리의 인생과 닮아 있지는 않은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장면들을 아래와 같이 연결 지어 보면 여러분들도 고개를 끄덕이실 듯합니다.
1. 완벽한 시작, 그러나 벙커
1번 홀, 2번 홀. 투어 최고 장타자인 매킬로이의 드라이버 샷은 정확했습니다. 그런데 비거리가 단 한 뼘 짧았고 새하얀 모래로 덮여 있는 벙커에 빠졌습니다. 벙커에 공이 빠지면 보통 아마추어 골퍼들은 비명을 지르고(조용히 욕을 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프로들조차 엄청난 압박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인생도 그렇습니다. 방향은 맞았고, 실수도 없었는데 ‘결과’는 실패처럼 느껴지는 일. 제 경험 상 운이라는 녀석은 대부분 우리 편이 아닙니다.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Augusta National Golf Club 의 신이 매킬로이에게 그린재킷을 허락하지 않듯, 인생의 신도 우리에게 쉽게 성공을 안겨주지 않습니다. 살면서 적어도 한 번은 특별한 노력 없이 큰 횡재를 하는 경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2. 혼자서 열고 닫는 ‘우승문’
매킬로이는 경기 내내 혼자서 모든 라운드를 “지배”했습니다 (문학 작품으로 따지면 경이로운 창작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 앞서 나가며 기회를 만들다가, 어이없는 실수로 스스로 그 기회를 걷어 찼고 선심을 쓰듯 다른 이들에게 기회를 주었습니다. 너무나 어이없는 상황이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그런 것인가 의심이 들 정도였으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럴 리가요.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요? 스스로 일군 가능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경우들?
매킬로이가 ‘이제 됐어!’ 하는 순간에, 평소와 다르게 안전한 ‘레이업’을 선택하고, 그 마저도 물에 빠뜨리는 순간. 매킬로이의 13번 홀이 그랬던 것처럼 인생에서도 고민 끝에 결정한 안전한 선택이 반드시 안전한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3. 인생 최고의 드로우샷, 그러나 놓친 퍼팅
15번 홀. 나무 사이를 피해 물을 넘기는, 201야드짜리 ‘세기의 샷’. 골프의 황제라 불리는 타이거 우즈도 아마 이 샷을 쉽게 재현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이 샷을 보는 순간에는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다 생각했습니다.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정교함과 힘. 그럼 결론은 났죠.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짧은 이글 퍼팅을 놓치고, 결국 다시 ‘닫힌 문’ 아니 ‘닫은 문’.
인생에서도 기적 같은 기회가 왔을 때 마무리가 안 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쉬운 일도 끝날 때까지 결코 방심하면 안 되고 어려운 일도 끝까지 포기해선 안 된다는 말이 정말 맞습니다.
4. 다시 여는 문, 다시 닫는 문
16번, 17번 홀에서도 같은 상황은 반복되었습니다. 멋진 아이언, 짧은 퍼팅 실패, 다시 멋진 드로우, 다시 문을 여는 버디. 인생은 그야말로 ‘우승문’ 하나를 놓고 수십 번 열고 닫는 과정입니다. 희망과 좌절이 엇갈리는 드라마. 골프와 인생의 공통점이군요.
5. 그리고 마지막 한 걸음
18번 홀. 완벽한 티샷 이후 벙커행. 다시 닫힌 문. 그러나 벙커샷을 1.5걸음에 붙이며 다시 열린 문. 그리고… 또 놓친 쉬운 퍼팅. 글을 쓰는 지금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었나 싶고 가슴이 답답합니다. 그동안 매킬로이가 승리의 문턱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장면들을 제법 봐 왔기에 여기서 끝인 줄 알았고, 제 일도 아닌데 땅이 꺼진 것 같은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느꼈을 감정에 상관없이 연장전을 준비해야 했고, 인생에도 분명히 연장전은 있습니다.
연장 첫 홀. 마스터스 두 번 준우승으로 승리에 대한 갈망이 매킬로이 만큼 컸던 저스틴 로즈와의 명승부. 매킬로이의 두 번째 샷은 로즈보다 멀었지만, 백스핀이 걸려 핀 한 걸음 옆에 멈췄습니다. 느릿느릿하게 내려가는 공을 보며 선수들은 물론, 현장에 있던 사람들과 TV 로 지켜보던 모두는 시간이 멈춘 듯한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성공한 짧은 버디 퍼트. (만일 이 퍼팅을 놓쳤다면? 정말 상상하기 싫고 언급조차 싫습니다.)
그렇게 매킬로이의 길고 긴 드라마는 땅에 엎드려 흐느끼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습니다.
정말 매킬로이의 이번 마스터스 대회는 마치 인생 그 자체와 같았습니다.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순간들, 스스로 무너뜨리는 기회, 극적인 반전, 그리고 마지막에 결국 다시 찾아온 기회. 물론 모든 스토리의 대 전제인 누구보다 더 열심이었을 노력. 이것을 잊으면 안 되겠죠.
적어도 이번 마스터스 대회에서 매킬로이가 보여 준 골프는 미친 짓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미친 짓일 수가 없습니다. 인생은 그리 길지 않고, 기쁨과 슬픔과 고통을 오롯이 혼자서 감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모든 것을 함께 나누어야 하기 때문이며, 과정 자체가 가져다주는 아름다운 결과물이 분명히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인생이 무료하다 싶은 생각이 들면 “매킬로이”의 골프 경기 관람을 추천합니다.
서울트리뷴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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