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등장한 자본의 ‘질’ 탓 – 롯데손보 사태를 보는 시각
- seoultribune
-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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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당국과 롯데손해보험 간의 갈등이 ‘기본자본 확충’을 둘러싸고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감원은 롯데손보가 킥스(K-ICS) 비율 개선을 위해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에 의존해 자본의 질이 악화됐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은 “기본자본 중심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며 롯데손보를 압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러한 당국의 태도는 몇 가지 측면에서 과도하거나 부당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권고치가 언급되고 있을 뿐, 구체적인 규제 기준이나 도입 일정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보험사에 이를 사실상의 규제처럼 요구하는 것은 규제 예측 가능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현재 보험업계는 총 킥스 비율을 기준으로 건전성을 평가받고 있으며, 롯데손보 역시 그 기준에 맞춰 후순위채를 활용해 자본을 확충해왔다. 이를 이제 와서 질이 낮다며 문제 삼는 것은 행정의 일관성과 정합성에 어긋난다.
또한 보험업의 특성상 후순위채는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자본 조달 수단이다. 기본자본은 대부분 납입 자본금 또는 이익잉여금으로 구성되며,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다. 반면 후순위채는 지급여력 기준에서 보완자본으로 인정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국내외 보험사 대부분이 활용하고 있다. 자본의 “질”만을 강조하며 기업의 경영상 판단을 폄하하는 것은 금융회사로서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를 인수한 후 수천억 원을 투입했고, 디지털 역량 강화 및 포트폴리오 조정을 진행해왔다. 장기적 수익성을 위한 조치들을 취해왔음에도 단기 수익만을 추구한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롯데손보는 인수 후, 예측 가능한 IFRS17, K-ICS의 기준에 맞추어 회사를 내실 있게 만들어 왔던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갑자기 감독당국이 해지율 예측 모델 변경, 기본자본 킥스 도입 등을 시도하면서 시장의 자율을 침해한 것이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자본시장은 고금리와 보험산업의 구조적 부담이 맞물려 녹록지 않다. 보험업 전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상황에서 무리한 유상증자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성 없는 요구일 수 있다. 특히 IFRS17, K-ICS 도입 초기의 일시적 회계 불확실성까지 감안하면, 지급여력 문제는 자본 확충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물론 계약자 보호와 시스템 리스크 방지를 위한 감독당국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목적이 기업 경영 자율성을 일방적으로 침해하거나, 제도 도입 이전부터 사실상의 규제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나타나선 안 된다. 자본의 질 개선이 필요한 건 맞지만, 그 방향과 방식은 보다 정교하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압박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규제, 그리고 자율과 공공성 사이 균형 잡힌 해법이다. 금융산업의 지속가능성은 단지 숫자가 아니라, 신뢰와 제도 설계의 정합성에서 비롯된다.
서울트리뷴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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