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서의 금융규제 산책: 외국인 통합계좌 허용, 시장 개방만큼 검증도 중요하다
- seoultribune
-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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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금융당국은 외국인 주식 통합계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단순한 제도 보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변화의 신호탄이다.
그동안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려면 절차가 적지 않았다. 국내 증권사를 직접 방문해 계좌를 만들고, 금융감독원에 사전 투자등록까지 해야 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었고, 이는 한국 시장 진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기도 했다.
이제 상황이 달라진다. 외국인은 자신이 이용하던 해외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되고, 국내 증권사는 해외 금융기관과의 제휴만으로 통합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특히 해외 중·소형 증권사도 별도의 제약 없이 통합계좌를 만들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되면서 한국 시장에 새롭게 접근하는 글로벌 금융기관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제도 변화가 본격화되면 국내 시장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 규모 역시 지금보다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자금세탁방지(AML) 체계의 변화다. 앞으로 국내 금융회사는 최종 투자자 개개인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없다. 통합계좌를 개설한 해외 금융투자업자, 즉 ‘모계좌’ 명의인에 대해서만 고객확인을 하면 된다. 최종투자자 확인과 거래 관리 책임은 해외 금융기관이 담당하도록 계약상 의무가 설정되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절차가 단순해지는 변화다. 그러나 동시에 더 중요한 과제가 생겼다. 바로 해외 금융기관의 내부통제와 AML 체계가 충분히 신뢰할 만한지 검증하는 일이다. 규제의 초점이 ‘투자자 개별 확인’에서 ‘금융기관의 신뢰성 검증’으로 이동한 셈이다.
이 변화는 금융회사 실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기존의 고객확인(KYC)이나 AML 절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해외 금융기관의 면허와 인가 여부, 내부통제 체계, 제재 이력, 자금세탁방지 정책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새로운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
계약 구조 역시 중요해진다. 해외 증권사와 체결하는 계약서에는 최종투자자 정보 제출 의무, 실제소유자 확인 의무, 불공정거래 방지 의무 등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이러한 조항이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향후 분쟁이나 감독 리스크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자본시장의 문턱이 낮아진 만큼 글로벌 자본은 이전보다 훨씬 쉽게 국내 시장으로 들어올 것이다. 이는 분명 환영할 만한 변화다. 다만 시장의 문을 여는 것과 그 문을 관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더 열린 시장을 제공하는 동시에, 금융회사는 더 단단한 내부통제와 검증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시장이 열린 만큼 관리의 책임도 그만큼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한국 자본시장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시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 변화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류한서 전문위원 (법무법인 태평양)
필자는 신한은행에서 6년간 기업금융을 담당하고 금융감독원으로 자리를 옮기며 11년간 상호금융감독국, 은행감독국, 자금세탁방지팀, 분쟁조정국 등을 거쳤다. 자금세탁방지실에서는 전문감독관으로 근무했으며 자금세탁방지(AML) 전문 컨설팅 수석 컨설턴트로서 활약하기도 했다. 또한 금융정보분석원 (KoFIU)에 2년간 파견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업무를 맡은 경험도 있다. 류 전문위원은 현재 자금세탁방지 및 은행, 비은행 금융감독 검사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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